추천사

사업에서 자유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어느 산업에서나 성공은 그 산업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누리는 자유의 정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AT&T가 소비자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 미국의 전화 산업에서 일어났던 혁신과 발전 속도를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던 과거의 더딘 속도와 비교해 보라.

자유가 가져다 주는 혜택의 가장 좋은 예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분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동일한 규모의 자유가 보장되던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제품과 소비자 가치에 있어 세계에서 유례없는 가장 빠른 일대 혁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변화가 거의 10년 단위로 이루어졌다. 웹 브라우저와 웹 서버가 등장한 1990년대 이전까지 1980년대 킬러 애플리케이션인 오피스 제품군에 대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제조업자와 소비자가 누렸던 자유보다 더 큰 자유를 소프트웨어 산업에 가져다 주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 자체가 언어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언어’라고 부른다. 사회 지식인은 (이 글의 관점에서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유익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역사적으로 통용돼 온 바이너리 파일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이용허락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는 지식 인프라에 대한 접근을 법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보다 적은 자유와 더딘 변화를 초래한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탱하는 기존 인프라의 본질을 뒤흔드는 몇 가지 혁명적인 개념을 대변한다. 오픈소스는 기술 뒤에 숨겨진 코드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통제할 수 있었던 공급자의 기술을 소비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오픈소스 도구를 시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지만, 오픈소스의 고유한 이점을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한 기업은 소비자를 계속 지배하려고 하는 기존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성공할 것이다.

오픈소스가 이 세계를 실제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폭넓게 사용돼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모델의 이점이 널리 알려지고 이해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릭 레이먼드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혁명의 성공과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의 채택, 그리고 오픈소스 사용자 및 소프트웨어 공급회사 등에 공헌한 바가 지대하다. 이 혁명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모델의 이점에 대한 레이먼드의 명쾌하고 효과적이며, 또한 정확한 설명 능력이야말로 오픈소스 혁명의 성공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밥 영Bob Young

레드햇 사장 겸 최고경영자


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컴퓨터 해커들의 문화와 행동양식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프로그래머와 기술 관리자를 위해 썼던 일련의 글을 모은 것인데, 잠재적 독자인 여러분이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답은 ‘세계 경제와 사업 전략에 있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점점 더 중대한 요소가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이 책을 택했다는 것은 전자화된 디지털 시대의 여러 정보 경제에 이미 친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미 알고 있을 것들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나은 품질의 믿을 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그 속에 함축된 날마다 급성장하고 있는 개념들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이 본질적인 발전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개발 비용을 낮추고 품질 향상을 가능케 하는 체계적인 공개 개발과 분산화된 동료검토 방법을 갖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설명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 전통은 30여년 전 초기 인터넷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단지 최근에 와서 기술과 시장의 힘이 결집돼 눈에 보이는 뚜렷한 위상을 갖게 되었을 뿐이다. 현재의 오픈소스 운동은 다음 세기의 컴퓨터 사용 환경을 규정짓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다.

‘오픈소스 운동’은 독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좀 더 흥미 있고 궁극적인 이유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픈소스의 개념은 거의 30년 동안 인터넷의 용맹스러운 게릴라들에 의해 추구되었고 현실화됐다. 이들은 스스로를 ‘해커’라 부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해커란 언론이 잘못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 컴퓨터 범죄자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열광자, 예술가, 장인, 문제 해결가, 전문가를 의미한다.

해커들은 어려운 기술적 문제와 주류 세력으로부터의 무관심과 무시에 대항하면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자신들만의 문화와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들은 인터넷을 만들었고 유닉스와 WWW를 만들었으며, 지금은 리눅스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터넷의 열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세계는 마침내 해커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둬야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해커 문화와 그 성공은 인간의 동기와 작업 조직,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의 미래, 회사의 형태 등이 희소 경제를 넘어서는 21세기 정보 과잉 시대에 과연 어떻게 변하고 진화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또한, 해커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관계 맺고 있는 경제 환경과 그것을 재구성하는 방법에 본질적인 변화가 도래하리라는 점도 예상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미래 환경에서 생활하고 일하게 될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해커 문화의 중요성이다.

이 책은 인터넷으로 발표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해커 문화의 짧은 역사」는 1992년에 썼지만 정기적으로 다듬어 왔다. 나머지 글들은 1996년 2월과 1999년 5월 사이에 쓴 것들이다. 이 글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수정하거나 내용을 보강하기는 했지만,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기술 관련 세부 사항을 삭제하지는 않았다. 나는 기술적인 세부 정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러한 부분을 누락시킴으로써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이나 모멸감을 없앨 수 있고, 독자를 좀 더 도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특정한 기술용어나 역사적 내용 그리고 컴퓨터 용어에 대한 어려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고민 없이 그냥 지나치라고 권하고 싶다. 결국,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면 혼란스럽거나 이해되지 않던 부분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는 점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독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정기적으로 이 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적용되는 동료검토의 이점과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완성됐지만, 있을 지 모를 오류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점도 밝혀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판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친구들과 이 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내게 허락된 긴 시간의 행운과 주변 환경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오랜 시간 우정을 지속해 온 여러 친구들과 이 작업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리누스 토르발스Linus Torvalds, 래리 오거스틴Larry Augustin, 독 설Doc Searls, 팀 오라일리Tim O'Reilly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들은 내가 자랑스럽게 동료이자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곁에서 나를 지원해 준, 사랑하는 아내 캐서린 레이먼드Catherine Raymond에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사를 보내고 싶다.

나는 해커다. 나는 이 책에서 설명한 해커 문화 안에서 20여 년을 보냈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며 흥미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본질적으로 새롭고 유용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특혜를 누려왔다. 또한 이곳에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공유한 기술과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내 답례의 선물이다.

이 책은 내게 깨달음의 단계인 동시에 오랫동안 걸어온 매력적인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여정을 기록한 단순한 행위가 놀랍게도 오픈소스 운동을 주류로 이끌어 가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나는 이 기록을 읽게 될 독자가 오픈소스를 향한 여행의 즐거움과 오늘날 주류 시장의 기업과 소비자가 첫발을 들여놓고 있는,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이 놀라운 가능성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국인들은 어떤 면에서 역사적인 문제와 관련된 결정을 매일 내리고 있을 것입니 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한국의 우수한 전통을 외국 문화와 융합시킬 수 있을까?’라는 점일 것입니다.

먼저 태권도를 수련하는 무도인으로서, 저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유산을 매우 존경하고 있습니다. 2000년 6월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는 한국의 음식을 음미해 보았고 사찰의 고적한 경내도 거닐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한국의 고유한 전통이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유럽이 줄 수 있는 최상의 문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 경제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비서구적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모든 나라는 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문화 요소에 대해 국가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라는 중대한 문제에 당면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널리 사용되는 워드프로세서에서 한글이 지원되는 수준은 미래 경제에서 한국어가 사업성 있는 언어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 다. 만약 한국인 스스로가 한국어 지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외국 소프트웨어 기업은 한국에 해를 끼칠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또한 한국의 문화적 독립성을 수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다른 부문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결과라는 이성적 판단을 기준으로 사업 정책을 수립하게 될 것입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살펴봐도, 미래의 소프트웨어는 미술과 음악 그리고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문화 교류의 매체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의복과 음식, 헤어 스타일과 같은 문화적 특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도 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한국인들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힘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폐쇄소스closed source는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당면해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한국인이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의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한국인의 전통과 사고방식에 맞는 창조적인 형태로 수정할 수 없는 한,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또한 모든 사람이 소프트웨어의 차등 없는 국제화에 관심이 있는가에 상관없이 한국의 소프트웨어는 국제적인 수준에 비해 계속 미약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등을 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역시 성장과 번영을 희망하는 약소국들이 더 이상은 혼자만의 힘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북한이 집착했던 폐쇄적인 ‘주체사상'은 결국 비극과 파멸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오픈소스와 함께라면 한국인은 두 가지 선택 모두를 최상으로 양립시킬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를 통해 한국은 새롭고 품질 높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가는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유한 한국의 언어와 전통, 그리고 한국인의 세계관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형상화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미국인은 한국인들이 그러한 자유의 이점을 한껏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여러분의 영산靈山 백두산을 향해 정중한 예를 올립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그러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제게도 큰 기쁨이자 영광이 될 것입니다.


역자의 말

이 책은 에릭 레이먼드의 주요 저작을 모아 놓은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and the Bazaar 』의 한국어 번역판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오픈소스 운동을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이 책은, 오픈소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임이 틀림없습니다. 한국어로 옮겨진 이 책의 내용이 여러분의 연구와 생각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래전 자료를 다듬어 보다 좋은 모습으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된 시간과 기회의 행운에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지원과 한빛미디어와 윤종민blueguy@gnu.org 씨의 노력 덕분에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권순선kss@kldp.org 씨는 윤종민 씨의 기획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또한 이제명crinje@gmail.com, 이철희 gnustats@gmail.com 두 분은 책에 사용한 여러 자료와 부록의 글을 번역해 보내주었습니다. 이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빛미디어의 편집자 이중민, 정지연 두 분은 쉽지 않은 이 책의 내용과 문장을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다듬고 교정해 주었습니다. 원저자와 번역자, 그리고 편집자가 함께하는 작업에도 오픈소스의 동료검토 방식이 서로의 신뢰와 책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준 두 분께, 번역자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영화를 통해 명예와 인기를 얻는 것은 배우와 감독이지만, 보이지 않는 뒤에서 이름 없이 노력한 수많은 스태프staff가 작품의 실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출판 과정에서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같은 의미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의 2000년 초고에 도움을 주었던 분들(김두현, 박금례, 박진우, 송경연, 송수정, 이경호, 이호철, 한승수)의 흔적은 번역을 새롭게 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이제 더 이상 세상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분들의 오래전 수고와 기억에 다시 답하고자 합니다.


2013년 12월 24일 역자일동